가족끼리 하는 신탁, '가족신탁'(민사신탁)으로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아들 명의 아파트가 있는데, 또 담보대출을 받을까 봐 불안해요." "제가 죽고 나면 이 집은 꼭 막내에게 가게 하고 싶은데, 유언장만으로 괜찮을까요?" "어머니가 연세가 많으셔서 세입자 관리가 안 되는데, 자식이 대신 할 방법은 없나요?" 상담을 하다 보면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세 가지 고민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해법은 하나로 모입니다. 바로 **가족신탁(민사신탁)**입니다.
- 가족신탁이란 무엇인가요? 신탁은 재산을 가진 사람(위탁자)이 믿을 수 있는 사람(수탁자)에게 재산을 넘기고, 정해진 목적에 따라 관리·처분하게 하여 그 이익을 특정인(수익자)에게 돌아가게 하는 제도입니다(신탁법 제2조). 은행이나 신탁회사가 수수료를 받고 수탁자가 되는 것을 '상사신탁'이라 하고, 가족이 수탁자가 되는 것을 흔히 '민사신탁' 또는 '가족신탁'이라고 부릅니다. 가족 수탁자는 영업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신탁업 인가가 필요 없습니다. 부동산을 신탁하면 등기부에 다음과 같이 기재됩니다. • 소유자: 수탁자(예: 딸) 명의로 '신탁'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 • 신탁원부: 위탁자·수탁자·수익자, 신탁 목적, 관리·처분 방법, 종료 사유 등을 기록 핵심은 신탁원부입니다. 수탁자 명의로 되어 있어도 신탁원부에 정한 범위를 벗어나 마음대로 팔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고, 거래 상대방(은행·매수인)도 등기부와 신탁원부를 보고 이를 확인합니다. 즉, 계약서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재산의 '안전장치'를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유형① 재산 보호형 — 함부로 담보대출하지 못하게 사례 아들 A 명의의 아파트가 있습니다. A는 씀씀이가 크고 사업 실패 경험도 있어, 이미 몇 차례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습니다. 부모는 이 집만큼은 지키고 싶습니다. 설계 방법 • 위탁자: 아들 A • 수탁자: 어머니 또는 누나 • 수익자: 아들 A (집에 계속 거주하고 이익도 A가 누림) • 신탁원부 특약: "수탁자는 신탁부동산을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 다만 ○○의 서면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효과 등기부상 소유자가 수탁자이므로 A 혼자서는 대출을 받을 수 없습니다. 수탁자 역시 신탁원부의 제한 때문에 마음대로 담보를 설정할 수 없습니다. A는 지금처럼 집에 살면서도, 충동적인 대출로 집을 잃을 위험에서 벗어납니다. 같은 구조는 고령 부모의 재산 보호에도 쓰입니다. 치매가 걱정되거나 보이스피싱·지인 사기 위험이 있는 부모님이 위탁자가 되어 자녀를 수탁자로 정해 두면, 판단능력이 떨어진 뒤에도 재산이 엉뚱하게 처분되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성년후견보다 절차가 간편하고, 부모님이 건강할 때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꼭 알아두세요 • 명의자 본인의 동의가 필수입니다. 신탁은 계약이므로 아들 A가 직접 위탁자로 서명해야 합니다. 가족이 몰래 할 수는 없습니다. • 해지 조항을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위탁자가 유일한 수익자이면 위탁자는 원칙적으로 언제든 신탁을 끝낼 수 있습니다(신탁법 제99조 제2항). 다만 신탁계약으로 달리 정할 수 있으므로(같은 조 제3항), "종료는 ○○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와 같은 조항을 넣어야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합니다. • 빚을 피하려는 신탁은 안 됩니다. 이미 채무가 많은 상태에서 채권자를 해할 목적으로 신탁하면 채권자가 신탁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신탁법 제8조, 사해신탁). 신탁 이후에 생긴 채권자는 원칙적으로 신탁재산에 강제집행을 할 수 없지만(신탁법 제22조), 수익자가 가진 수익권은 압류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유형② 유언대용신탁 — 사망 후 특정 자녀에게 확실하게 사례 아버지 B는 평생 자신을 모신 막내딸에게 살고 있는 집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유언장은 형식을 조금만 어겨도 무효가 되고, 사후에 다른 자녀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등기 절차도 순탄치 않습니다. 설계 방법 • 위탁자: 아버지 B • 수탁자: 막내딸(또는 다른 가족) • 생전 수익자: 아버지 B (살아계시는 동안 거주·임대수익은 아버지 몫) • 사후 수익자(귀속권리자): 막내딸 신탁법은 이런 구조를 '유언대용신탁'으로 명문화하고 있습니다(신탁법 제59조).
장점 • 아버지가 살아계시는 동안에는 재산권을 그대로 누리고, 마음이 바뀌면 수익자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 사망 후에는 다른 상속인 전원의 협의나 인감 없이, 신탁원부에 정한 대로 막내딸에게 이전할 수 있습니다. 유언 검인이나 유언집행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 "아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아내가, 아내가 사망하면 딸이" 받도록 순차적으로 정하는 수익자연속신탁도 가능합니다(신탁법 제60조). 재혼 가정,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가정에서 특히 유용합니다. 꼭 알아두세요 — 유류분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일부에서 "신탁을 하면 유류분을 안 줘도 된다"고 홍보하기도 하지만, 위험한 이야기입니다. 과거 하급심 판결이 엇갈렸으나, 최근 법원은 유언대용신탁 재산도 유류분 산정에 포함하는 쪽으로 판단하는 흐름입니다. 특히 다른 상속인(자녀)이 사후 수익자가 되는 경우에는 특별수익으로 보아 시기와 관계없이 유류분 계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유언대용신탁은 '유류분 회피 수단'이 아니라, 재산을 원하는 사람에게 원활하게 넘기고 사후 분쟁과 절차 부담을 줄이는 수단으로 이해하셔야 합니다. 다른 자녀의 유류분을 미리 계산해 일부 재산을 별도로 남겨두는 식으로 설계하면 분쟁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참고로 2026년 2월 국회를 통과한 민법 개정으로,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상속인은 가정법원의 선고로 상속권을 잃을 수 있게 되었고, 오랜 기간 동거·간호 등으로 특별히 부양한 데 대한 보상으로 받은 재산은 유류분 반환 대상인 특별수익으로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평생 부모를 모신 자녀에게 재산을 넘기려는 경우라면 이 점도 함께 검토할 만합니다.
- 유형③ 임대관리형 — 명의자 대신 가족이 세입자 관리를 사례 어머니 C 명의로 원룸 건물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80대에 거동이 불편하시고, 자녀는 다른 지역에 살면서 매번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들고 계약하러 다니고 있습니다. 세입자가 월세를 밀려도 어머니 명의로 소송을 해야 해서 대응이 늦습니다. 설계 방법 • 위탁자: 어머니 C • 수탁자: 자녀 • 수익자: 어머니 C (월세 등 임대수익은 어머니에게 귀속) • 신탁 목적: 임대차 관리, 차임 수령, 수선·관리, 보증금 반환
효과 • 수탁자인 자녀가 임대인으로서 직접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을 반환하고, 월세 연체 시 명도소송까지 직접 진행할 수 있습니다. 위임장·인감을 매번 챙길 필요가 없습니다. • 세입자 입장에서도 계약 상대방이 명확해지고, 어머니의 건강이 나빠져도 관리가 중단되지 않습니다. • 임대수익은 신탁원부에 따라 어머니에게 귀속되므로, 자녀가 재산을 가져가는 것이 아닙니다. 꼭 알아두세요 • 기존 임대차는 수탁자가 임대인 지위를 승계합니다. 보증금 반환 의무도 함께 넘어오므로 기존 세입자에게 신탁 사실을 알리고, 보증금 내역을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 부가가치세·종합소득세의 신고 주체와 귀속은 신탁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상가·다가구처럼 사업자등록이 필요한 건물은 세무사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5. 가족신탁 전에 반드시 확인할 공통 사항 ① 세금 • 취득세: 신탁으로 수탁자에게 넘기거나 신탁이 끝나 위탁자에게 되돌아오는 경우에는 취득세가 과세되지 않습니다(지방세법 제9조 제3항). 그러나 유언대용신탁처럼 위탁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최종 이전될 때는 취득세가 부과됩니다. • 재산세·종합부동산세: 신탁 후에도 원칙적으로 위탁자가 납세의무자입니다. 신탁한다고 보유세가 줄지는 않습니다. • 증여세: 위탁자가 아닌 사람을 수익자로 정하면(타익신탁) 수익권을 증여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3조). ② 대출 이미 근저당이 설정된 부동산은 신탁 전에 채권자(은행)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가 많고, 신탁 후에는 신규 담보대출이 어려워집니다. 유형①처럼 그것이 목적이라면 장점이지만, 앞으로 대출이 필요한 분은 미리 계획해야 합니다. ③ 수탁자 선정과 견제장치 신탁의 성패는 결국 '누구를 수탁자로 세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수탁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재산을 관리하고 자기 재산과 구분해야 할 의무를 지지만, 가족 사이에도 배신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분·담보 제공 시 다른 가족의 동의를 받도록 하거나, 수탁자 해임·변경 사유를 계약에 명시하는 등 견제장치를 함께 넣는 것이 중요합니다. ④ 표준 계약서로는 부족합니다 은행 신탁상품은 정해진 틀이 있지만, 가족신탁은 가족마다 사정이 다릅니다. "누가, 언제까지, 어떤 조건에서" 재산을 관리·처분할 수 있는지를 하나하나 정해야 하고, 그 내용이 그대로 신탁원부에 등기됩니다. 계약서 문구 하나가 수년 뒤 분쟁의 승패를 가를 수 있습니다. 6. 진행 절차는 이렇습니다
- 상담: 가족 구성, 재산 현황, 신탁 목적 확인
- 신탁계약서 작성: 목적에 맞는 수익자·처분 제한·종료 조건 설계
- 신탁등기 신청: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와 신탁원부 등재
- 세금 신고 및 사후관리: 취득세 등 신고, 임대차 승계 통지 등

마치며 가족신탁은 "재산을 넘긴다"는 개념이 아니라, **"내 뜻대로 재산이 관리되고 이어지도록 안전장치를 거는 것"**에 가깝습니다. 낭비가 걱정되는 가족, 미리 정해두고 싶은 상속, 관리가 힘든 임대 건물 — 어느 경우든 핵심은 우리 가족에게 맞는 계약서 설계와 정확한 신탁등기입니다. 부동산등기·상속·신탁 실무 20년 이상의 경험으로, 가족의 사정에 꼭 맞는 신탁 구조를 함께 고민해 드리겠습니다.
법무사최건수사무소 ☎ 053-759-7572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안은 가족관계·재산 현황·세무 사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